지금 우리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아인쉬타인 같은 천재도 가능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기예보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뻔히 위성을 통해서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도 몇시간 후에 일어날 일을 맞추려고 하지만 번번이 빗나간다.
옛날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 기상청 직원들이 야유회를 가는 날에는 항상 비가 왔다는 말도 있다. 자주 틀리면서도 매번 예측을 해야하는 그들의 고충도 남다를 것 같다.
신이 내린 무당이나 수정구슬을 가지고 있는 점성술사가 아닌 다음에는 모든 예측은 확률이다. 비록 잘 발달된 통계학적인 방법을 사용을 하지는 않더라도 그들 역시 확률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기예보를 보면 비나 구름이 사진 밑에는 항상 확률이 적혀있다. 비올 확률이 30%.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오늘 같은 날이 10번이 있으면 그 중에서 세번은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비가 거의 안 온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비가 올 수 있다. 확률이 30%나 된다니까.
확률이 50%쯤으로 올라가면 거의 비가 온다고 보는 편이 낫다. 둘 중에 하나니까. 창밖에는 비가 오고 있는데 확률이 10%인 날도 있다. 참 어렵다.
미국경제가 다시 한번 침체국면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더블딥이다. W자 모양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듯하다가 이내 골짜기로 다시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더블딥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닥이 편평한 침체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있다. 경기예측 모델을 통해서 더블딥의 가능성이 30%까지 올라갔다는 예측을 내어 놓는 연구기관도 있다. 30%라고? 일기예보처럼 틀리면 좋겠다.
연구실에 앉아서 숫자와 통계모형을 가지고 씨름을 하는 학자들보다 일터에서 매일 매일 발로 뛰고 있는 사람들의 감각이 더 맞을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분야와 지역만을 보게 되는 근시안적인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둘다 중요하다. 현장의 분위기와 통계적인 자료가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통계자료는 시차가 크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으려니 어쩔 수 없다. 가장 빠른 것이 고용시장이다. 실업을 당한 사람들은 바로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때문에 거의 한달만에 자료가 모인다. 하지만 실업율도 어디까지나 표본조사를 통해서 얻어진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 6천만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해고를 당했는지 매월 직접 조사를 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자료의 하나인 국내총생산 (GDP)은 분기별로 일년에 4번 발표한다. 애초에 1분기 성장율이 1.9%라고 했다가 3개월 후에 사실은 0.4%라고 재조정을 했다. 잠정치와 확정치가 차이가 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사실 0.4% 성장이란 거의 성장을 못했다는 말과 같다. 1.9%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특히 지금 처럼 민감한 시기에는 더하다. 2분기에는 1.3% 성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3개월쯤 후에 어떤 확정치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혹시 마이너스 성장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더블딥의 우려가 더 커졌다. 통계적인 시차가 크기 때문에, 사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적어도 6개월이나 일년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는 통계자료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진실을 알리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아직 더블딥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있다. 경기가 거의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성장을 막는 요소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경기 침체기간을 7년 풍년 후에 찾아온 7년 흉년에 비유했었다.
하지만 불과 2년여만에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잠시 낙관론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부양책과 2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의 힘이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부양책은 우물을 퍼 올리는 마중물같은 효과가 있을 뿐 소비자와 기업이 반응하지 않으면 힘이 없다.
내일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무리하게 소비를 늘릴 사람은 없다.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를 확대할 기업도 드물다. 지금 우리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고 있다.
출처: Kamerica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