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스토리/미국

금 십자가란 무엇인가?

Koriweb 2013. 4. 2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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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후 브라이언에 환호하는 민주당원들>

수년 간 인민당이 제기한 주요 문제들은 통화를 둘러싼 모호한 논쟁에 파묻혀버렸다.

1895년이 되자 금화 대 은화의 갈등이 나라의 정치적 논의를 모두 집어삼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민당은 ‘은화 자유 주조’를 새로운 정치 슬로건으로 채택하여 미국을 금은본위제 국가로 되돌려놓으려 했다.

대부분의 인민당원들은 이것이 1893년의 경제 공황으로 야기된 불경기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경제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강력한 금본위제 옹호자였다. 하지만 1896년 연방의 금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재정이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자 J.P. 모건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로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 났다.

모건과 그의 동업자들은 안면을 싹 바꾸어 정부로부터 받은 국채를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몽땅 팔아넘겨 클리블랜드를 모건의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클리블랜드의 정치생명이 막을 내리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인민당 강령에서 백악관 사수의 길을 모색했다. 네브래스카 연방하원의원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은화 자유주조’ 슬로건에서 정치적 기회를 포착했다.

1896년에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브라이언은 유창한 연설로 2만 명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브르이언은 동부 기업인들에 대한 서부 농민, 금본위제에 대한 은본위제를 기치로 내걸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도시를 불태우고 농장을 남겨두면 도시는 마술처럼 다시 솟아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농장을 파괴하면 이 나라의 모든 도시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랄 것입니다”

그는 “노동자의 이마에 가시면류관을 씌우려 하지 말라”고 결론을 내린 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인류를 금 십자가에 목박지 말지어다”라고 일갈했다. (아래 그림)

이 연설은 엄청난 갈채를 받았고 이튿날 브라이언은 36세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강령인 ‘금 십자가’를 부르짖자 인민당은 울며겨자 먹기로 브라이언을 지지했다.

한편, 공화당은 오하이오 주지사 윌리엄 매킨리를 대통령 후보로 내놓았다. 매킨리는 ‘킹 메이커’ 마크 한나가 내려둔 지침과 자금 덕택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리를 거져 얻다시피했다.

그 선거전에서 한나 주도의 공화당은 30만 달러 지출에 그친 민주당에 비해 무려 700만 달러를 소비했다.

결국 매킨리가 민주당의 브라인언을 물리치고 당선했다. 그의 당선은 서부 농민들에 대한 동부 기업인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결과 인민당은 효과적인 제3정당으로서의 생명을 마치고 느닷없이 생겨나 잠시 빚을 발한 뒤 명멸한 미국 제3당들의 기다란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출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케네스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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